맷 데이먼 Matt Damon, 벤 애플렉 Ben Affleck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은 자수성가 신데렐라라고 할 만한 몇 안되는 부류의 배우들입니다. 정상적인 통로를 통해 캐리어를 쌓기 어려워지자 스스로 주연할 영화의 각본을 써서 길을 뚫은 드문 배우들이지요. 체즈 팔민테리나 빌리 밥 손튼과 같은 배우들이 비슷한 경로를 통해 경력을 쌓아올렸지만 데이먼과 애플렉만큼 화려한 데뷔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하긴 팔민테리나 손튼은 데이먼이나 애플렉처럼 젊고 이쁘지는 않았으니까요.
<굿 윌 헌팅>이 과연 아카데미상을 받을 정도로 대단한 각본이었을까요? 글쎄요. '아카데미상을 받을 정도'라는 말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아카데미상은 운과 분위기에 쉽게 좌우되는 상이니까요. 전 이 작품이 그렇게까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재미있는 각본이기는 했습니다. 스토리는 평범했고 덜 무르익어 있었지만 아직 생각이 젊고 신선한 친구들의 재치가 툭툭 튀었고요.
그러나 당시 각본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이들이 각본을 밑천 삼아 그들 자신을 팔아대는 방식이었습니다. 데이먼과 애플렉은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자이긴 하지만 지금도 그들을 작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들은 '작가'라는 딱지를 마치 랄프 로렌 상표처럼 이용했습니다. 작가로서 인정받은 대신, 글도 쓸 줄 아는 똑똑한 배우라는 타이틀을 따낸 것이지요.
이런 <굿 윌 헌팅> 마케팅에 덕을 더 많이 본 사람은 맷 데이먼이었습니다. 그의 하버드 딱지와 전형적인 WASP 이미지는 정말로 랄프 로렌적이었습니다. 간소해보이지만 비싼 돈을 들여 살 가치가 있는 고급 상품 말입니다. 그에 비하면 벤 애플렉은 상대적으로 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둘 다 같이 각본을 썼어도 사람들은 데이먼 쪽의 비중이 더 컸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왜냐고요? 중퇴생이지만 여전히 하버드맨이잖아요? 그리고 당당한 주연이 아닌가요?
<굿 윌 헌팅>은 벌써 옛날 영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 마케팅 술수가 성공해서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은 모두 공식적인 스타가 되었고요. 그렇다면 그들은 그 동안 어떻게 변했을까요?
일단 그 동안 벤 애플렉의 입지가 맷 데이먼보다 상승했습니다. 애플렉은 이제 여름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이고 데이먼보다 성공작도 많습니다. 아마 인기도를 따져도 데이먼보다 높을 거에요. 그 동안 데이먼은 조금 빛을 잃어갔습니다. 최근들어 개봉된 영화들은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배우로서의 가치도 요새는 하향 조정되는 것 같고요.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그건 데이먼이 스타로 성공한 것과 거의 같은 이유였습니다. 맷 데이먼은 꽤 좋은 영화들에 출연했지만 끝끝내 그의 아이비 리그 분위기를 벗어던지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그는 랄프 로렌이었고 고급 상품이었습니다. <굿 윌 헌팅>의 천재 수학자 이미지가 강했는데도, 여전히 그는 그 이미지로 밀고 나갔지요. 그리고 이런 이미지는 좋은 사윗감을 구하려 눈을 불을 켠 아줌마들에게나 지속적으로 어필하지, 배우들한테는 오히려 단점이 됩니다. 생각해보세요. 요새 스타들 중에서 완벽한 WASP 이미지를 과시하는 배우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생각만큼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이미지는 아니거든요.
그의 영화 선택 역시 하향 조정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얼핏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의 차기작인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리플리>는 모두 괜찮은 영화들이었거든요. 하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그의 역할은 작은 편이었고 또 실제 캐릭터보다는 상징적이었습니다. 피투성이, 진흙 투성이의 캐릭터였지만 여전히 <굿 윌 헌팅>의 잘난 완벽함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지요. <리플리>의 역은 큰 편이었고 역도 좋았지만 신분 상승을 꿈꾸는 질투심 강한 사기꾼의 캐릭터와 그의 해택받은 아이비 리그 이미지를 쉽게 결합하지 못하는 관객들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종종 그와 비교되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베가 반스의 전설>에 출연한 것은 결정적으로 그를 좁은 이미지에 고정시켜버린 심각한 작전상 실수였습니다.
그에 비하면 벤 애플렉은 운이 좋았습니다. 맷 데이먼보다 '평민'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관객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죠. 게다가 <굿 윌 헌팅>에서 역할이 작은 편이었기 때문에 상은 상대로 먹고 친구 성공에 충분히 매달리면서도 새 이미지와 영화들을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형편없었지만 그가 <아마겟돈>에 출연한 것은 훌륭한 캐리어 무브였습니다. <아마겟돈>은 잽싸게 지우개 역할을 하며 그의 <굿 윌 헌팅> 이미지를 싹 지워버렸거든요. 역시 좋은 영화는 아니고 역도 별로지만 <진주만>에 출연한 것도 상당히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게다가 그가 이전에 깔아둔 인디 영화의 통로를 효과적으로 이용한 것도 대단한 이득이 되었고요.
그렇다면 벤 애플렉은 맷 데이먼보다 나은 배우일까요? 그렇다고는 못하겠습니다. 애플렉은 비교적 좋은 배우지만 그를 스타로 만든 건 어딘지 모르게 휘청거리는 기린 같아 보이는 껄렁한 매력이지 연기력은 아닙니다. 그에 비하면 데이먼은 조금 더 복잡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커리지 언더 화이어>와 같은 영화들을 보세요. 그는 비교적 테크닉이 좋은 배우이고 감각도 있습니다. <리플리>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 역시 생각보다는 훨씬 잘된 것들입니다. 문제는 연기력과 이쁜 외모만으로는 관객들의 환심을 살 수 없다는 것이지요. 적어도 그에게는 애플렉 수준의 이미지 변신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둘 다 요새는 스파이전에 나서는 모양입니다. 애플렉은 새 잭 라이언이고 데이먼은 '분 아이덴티티 The Bourne Identity'의 영화판 리메이크를 찍고 있으니까요. 둘 다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랑 너무 달라서 직접 영화를 보지 않고서는 결과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같이 패키지 상품으로 출연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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