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저희 아버지와 저 부자지간(父子之間)에 지름신이 강림하시어 위 그림의 녀석을 질렀습니다. 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왠 번개불에 콩구워 먹는 구매였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군요..
스토리인 즉 이렇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가 위의 저차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저 녀석을 생산 후 판매전까지 주차 시켜놓는 야적장에 돌풍+우박 이라는 것이 들이 닥쳤답니다.
그래서 몇대의 차량에 스크래치가 발생하였고, 스크래치 발생 차량을 고객에게 판매할 수 없어 임직원에게 할인해 판매했습니다.
물론 기능상에는 전혀 이상이 없는 차량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차량들이 나오면 사내는 할인적용을 받아 차를 구입하려는 직원들로 들썩 거립니다. 저도 그 중 한명이구요.
차량을 판매한다는 공지가 뜨자마자 판매 관련 부서에 전화를 해 신청하고 결국 당첨 받았습니다. 당첨받은게 지난 목요일, 차를 손에 받은게 지난 금요일.. 이틀만에 일련의 사건이 모두 종결 되어버렸군요.
금요일에 차량을 인도받을 때, 차를 꼼꼼히 살펴봤드랬죠. 그런데 이게 왠일?? '차에 도대체 스크래치가 어디있는 거야?? 이거 차 잘못 온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으로 스크래치를 찾아보기 힘들었거든요. '차를 잘못가져온거 같은데 그냥 가지고 가자 '하는 비양심적 발상도 해봤지만... 소심한 성격에.. 여쭤봤습니다. "스크래치가 어디어디 있는 거에요?" 했더니... 놀랍게도 돌아온 대답은 "저어기~ 유리에 보세요.. 가늘게 실 기스 몇개 있어요." 허걱.. 돌풍에 우박이라더니, 유리에 가는 스크래치 몇개??? 그런데 할인율이 이렇게도 커?? 오메나~~ 땡 잡았다 싶어서 그냥 냅다 인도증에 사인하고 부릉부릉 몰고 집으로 와버렸습니다.
저는 윗 녀석과 같은 중형차에 별 관심이 없는데, 아버지께서 매그너스를 참 좋아하십니다. 그런데 매그너스는 조만간 사라질 운명에 있어서 제값을 주고 사기엔 아깝다는 생각 때문에 아버지의 구매를 물리적으로 막고 있었던 상황이었죠.
하지만 이번처럼 할인율을 적용해 주는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구입해보고 싶었는데 행운이 따라줘서 당첨 & 구입했습니다.
아버지께 키를 넘기는 그 순간 아버지께서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으시더군요. 뿌듯하셨나 봅니다. 제가 뿌듯하게 느껴지셨는지, 매그너스가 뿌듯하게 느껴지셨는지는 알턱이 없지만..
우야뜬 월요일(2006년 1월 2일)에 차를 등록하고 번호판까지 받고, 차에 들어간 총 비용을 계산해 봤더니, 할인 받은 금액만 611만 5천원(직원할인 + 추가할인 + GM대우 오토포인트)이더군요. MAGNUS L6 2.0 최고급 사양으로 장만했는데도 웬만한 준중형차 구입 가격정도 밖에 안들었더군요.
돈을 조금 들여 좋은 차량을 구입한 것도 기쁘지만, 무엇보다도 아버지께서 "아들 덕분에..."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 한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 처음으로 효도한 것 같아 뿌듯했답니다.
갑작스런 부자지간(父子之間)의 지름신 덕분에 어머니께서는 살짝 당황하신 모습이었지만, 새차를 타고 테스트 드라이브를 나갔다 오시더니, 이내 얼굴에 희색을 내 비치시더군요.
결국 또.. 이번 지름을 돌아보며 내 뱉은 한마디는... "역시 돈이 좋아.. " 랍니다.. 흠흠